가을에 쓰는 편지, sunday 9th october 2016


니체와 오스카와일드, 미켈란젤로와 세종대왕,

백석시인과 까뮈,

제가 좋아하는 남자들의 이름입니다.

흠모한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립니다.

까불어봤자 30년,

한글 에코백,

등을 쓰는것을 보면

제가 한글을 좀 좋아한다는것을 눈치채신분도 있을거고요.

그렇다면 세종대왕을 흠모한다는겄쯤,

당연하겠구나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거예요.

후후,

오늘 한글날을 맞아

그를 흠모하는 마음과 존경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한글을 쓰고 있는 지금

매일 감사를 하고 있지만

오늘은 조금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씁니다.



거기, 잘 있나요?



가을볕은 딸에게 쬐어준다는 속담이 있지요.

그만큼 따사로운 볕입니다.

오늘 일요일,

10월의 한글날에는 편지를 씁니다.

계절의 여왕이 지나가고

가장 뜨겁던 여름이 지나가고

조금은 휴식같은 계절이 왔습니다.

올해는 어땠어요?

마음 먹은 대로 잘 흘러가고 있나요?

아니면 진짜 내 맘대로 되는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또- 하고 있는가요.


가만히 앉아 지나간 올한해의 몇몇 날들을 떠올려봤습니다.

언제나 정신이 없고, 바빴고,

즐거운 날도 있었고, 또 그와중에도 힘든 날도 몇개 있었고요,

언제나 똑같이 출근해서 언제나처럼 옷을 만나고 여러분을 만나고

그런 와중에 저는 좀 늙기도 했군요? 하하.



요즘 종종 여러분들과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밥을 먹기도 합니다.

전에 없던 행동들을 하는 저를 보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겼구나, 하는 생각 반,

먾이 가까와졌구나 하는 생각을 반,

하고 있습니다.


보여지는 삶을 선택해서 살면서

그것이 다가 아님을 너무 잘 알기도 하고

그렇지만 이제는 그것이 없이도 서운해질것도 아는 저는

가끔 지칠때도 있고요.

또 뭐 화나고 짜증날 때도 있어요.

그러니 (사실)  매일 매일 다 좋은것이  아닌것을

감추는걸 제가 견딜수 없어서

매일 좋은척 하지는 못하는데,


그러다보니 보고 있는 여러분들은

피곤하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뭘 저렇게 일이 많나 ,

저렇게 좋은게 많고, 싫은게 많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끄러운 저를,

걸러내지 못하고 자꾸 드러내고 살고 있는 저를,

그래도 (아직은)

애정해주어서 고맙다는 생각도 하면서 :)



다행히도,

여러분의 점빵주인이

크게 어리석지는 않아서

그러니까 더 잘해야지- 하는 생각을 늘- 하고 있으니

너무 괘념치는 말고요 :)



날씨가 좋아서 어제 오늘은

점빵에 놀러오는 손님들이 별로 없군요.

하하.

잘했어요!!

저기저기 어디어디에 다들 가을 볕을 좀 쬐고 돌아오기로 해요.

저도 오늘은 남은 편지를 좀, 쓰고

조기퇴근 합니다.

흐흐.


좋은 계절을 함께 맞고 있어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뜨겁게 살아 있다는것이

좋은, 날입니다.

이럴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것은

좋은, 고백일테니까


멋지게

사랑을 두고 갑니다.


내일 만나요.

더 뜨겁게 :)